서울의 품에 안긴 거대한 화강암 요새, 북한산

처음 북한산을 만난 것은 대학생 시절이었습니다. 서울 생활에 지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친구들과 함께 찾은 북한산은 도심 속 거대한 화강암 요새처럼 우뚝 서 있었습니다. 도봉구, 강북구, 서대문구, 종로구, 은평구와 경기도 고양시, 양주시, 의정부시에 걸쳐 있는 이 웅장한 산은 서울의 진산(鎭山)으로서 도시를 품에 안고 있었습니다.
백운대(836.5m), 인수봉(810.5m), 만경대(799.5m) 세 개의 주요 봉우리가 삼각형을 이루고 있어 '삼각산'이라고도 불리는 북한산은 1983년 4월 2일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습니다. 79.92km²의 면적을 자랑하는 이 도심 속 자연의 보고는 매년 약 500만 명의 방문객이 찾는 인기 명소입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코스는 북한산성 코스입니다. 북한산성 탐방지원센터에서 시작해 대서문, 보리사를 거쳐 백운대까지 이어지는 3.4km의 이 코스는 한국의 역사와 자연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1711년 숙종 때 쌓은 북한산성의 성벽을 따라 걸으며 조선시대 사람들의 숨결을 느끼는 것은 마치 시간여행을 하는 듯한 느낌입니다.
봄이면 진달래와 철쭉이 산을 분홍빛으로 물들이고, 여름에는 울창한 숲이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줍니다. 가을 단풍은 말할 것도 없이 장관이며, 겨울의 설경 또한 도심에서는 보기 힘든 아름다움을 선사합니다. 특히 백운대에서 바라보는 서울의 전경은 도시의 번잡함을 한 눈에 내려다보며 잠시나마 모든 걱정을 내려놓게 합니다.
북한산의 매력은 단순히 경치만이 아닙니다. 108과 692종류의 다양한 식물과 110종의 조류, 20종의 포유류가 서식하는 생태계의 보고이기도 합니다. 한번은 등산 중에 다람쥐와 마주쳤는데, 도심 한가운데서 이런 야생동물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했습니다.
북한산에는 다양한 등산 코스가 있어 초보자부터 전문 등산가까지 자신의 수준에 맞게 선택할 수 있습니다. 저는 처음에는 난이도가 낮은 우이암 코스나 대동문 코스로 시작했다가, 점차 자신감이 붙으면서 백운대 코스나 북한산성 코스에 도전했습니다. 특히 인수봉은 암벽등반의 메카로 알려져 있어, 주말이면 많은 클라이머들이 도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북한산의 또 다른 매력은 역사와 문화의 보고라는 점입니다. 2,000년이 넘는 역사를 간직한 이 산에는 북한산성뿐만 아니라 도선사, 승가사, 문수사, 태고사, 망월사 등 수많은 사찰과 문화유적이 산재해 있습니다. 특히 진흥왕 순수비는 신라가 한강 유역을 차지했음을 기념하기 위해 세운 것으로, 북한산이 역사적으로도 중요한 위치였음을 보여줍니다.
계절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북한산은 제게 항상 새로운 경험을 선사합니다. 봄에는 진달래 능선을 따라 걸으며 화사한 꽃들을 감상하고, 여름에는 구천계곡이나 소귀천 계곡에서 시원한 물소리를 들으며 더위를 식힙니다. 가을에는 단풍이 물든 산길을 걸으며 가을의 정취를 만끽하고, 겨울에는 눈 덮인 산길을 오르며 고요함을 느낍니다.
북한산을 오르다 보면 종종 예상치 못한 만남이 있습니다. 한번은 백운대 정상에서 80대로 보이는 할아버지를 만났는데, 그분은 40년 넘게 매주 북한산을 오르셨다고 합니다. 그분의 건강한 모습과 산에 대한 애정을 보며 저도 언젠가 그런 산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북한산은 단순한 산이 아닌, 서울 시민들의 쉼터이자 도심 속 자연의 보고입니다. 바쁜 일상에 지칠 때마다 저는 북한산을 찾아 맑은 공기를 마시고, 새소리를 들으며 마음의 평화를 찾습니다. 도시의 소음과 스트레스를 잠시 잊고, 자연과 하나가 되는 그 순간은 그 어떤 휴식보다 값진 시간입니다.
여러분도 기회가 된다면 북한산의 13가지 등산 코스 중 하나를 선택해 도전해보세요. 초보자라면 우이암 코스나 대동문 코스가 좋고, 좀 더 도전적인 경험을 원한다면 북한산성 코스나 백운대 코스를 추천합니다. 서울 한복판에서 만나는 이 웅장한 자연의 품에 안겨, 잠시나마 일상의 무게를 내려놓는 시간을 가져보시길 바랍니다.